‘말로만 굼때는 것보다는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훨씬 낫다는 뜻’을 가진 북녘 속담이 있다. 그 속담은 “빈말이 랭수 한그릇만 못하다”이다. 실속 없이 말로만 위로하는 것보다 냉수 한 그릇 주는 것이 훨씬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겠다. 여기서 ‘말로만 굼때는 것’은 어떤 뜻일까? 다른 보기를 보자.
“그는 대체로 말이 적고 삥싯삥싯 웃음으로 굼때는 일이 많아서 그의 깊은 속을 헤아리기가 어렵다.”(조선말대사전)
“우선 당장 급한것을 막기 위하여 근본적으로 개선할 대책은 없이 이리 맞추고 저리 맞추어가면서 일을 굼때는 식으로 되는대로 처리하는것.”(조선말대사전)
‘굼때다’는 ‘불충분한 대로 이럭저럭 메우거나 치러 넘기다’, ‘(어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슬쩍 둘러 맞추거나 대강 치르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굼때다’와 함께 ‘굼때우다’도 쓰이는데, 그 뜻을 보면 ‘때우다’와 비슷하다. ‘말로만 굼때는 것’은 ‘말로만 때우는 것’이고 ‘웃음으로 굼때는 일’은 ‘웃음으로 때우는 일’이다.
그렇다면 ‘때다’, ‘때우다’ 앞에 결합된 ‘굼’은 무엇일까? 정확하지 않지만, ‘굼뜨다’의 ‘굼’이나 ‘굼벵이’의 ‘굼’, ‘구물거리다’의 ‘구물’, ‘구무럭거리다’의 ‘구무럭’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이들 말은 모두 ‘느린 것’과 관련이 있다. ‘굼때다’는 ‘대강대강 때우는 것’인데, 약간 비약이 있지만, ‘느릿느릿 때우는 것’과 관련을 지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굼때다 / 김태훈 한겨레 칼럼 2008.03.23 (일) 오후 6:35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2775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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