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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들의 동화책을 읽어보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느낀 것이 있다. 사람마다 느끼는 점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내가 유독 일본 작가들의 동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아이들의 심리 묘사에 탁월하고, 또 그 심리 묘사를 아주 아름답고 섬세하게 한다는 것이다.

여우의 전화 박스가 그랬고, 방귀 만세도 그랬고 오늘 이야기 할 책, '말해버릴까?'에서도 느꼈다.

초등학교 1학년 남자 아이가 친구들의 놀림에 마음이 상해서 선생님이 똑같이 하나씩 심어준 꽃씨를 아이들 몰래 자기 화분에 옮겨 심어 버린다. 죄책감을 느끼지만, 곧 자기 합리화를 해 버리고 잊고 있다가 싹이 여러 개가 나 있는 자기의 화분을 보고는 고민이 시작된다. 친구들에게 들켜서 놀림과 질책을 받을 것을 염려한 나머지 아무리 꽃씨를 뽑아내도 꽃씨들이 자꾸만 더 많이 생겨나면서 자기를 공격하는  환상에 시달리게 되고 결국 화분을 던져 깨버리게 된다. 그 장면을 선생님께 들키게 되지만 선생님은 둘만의 비밀로 하자며 그 일을 해결해 준다. 하지만, 주인공 다카시는 마음 한 켠이 편하지 못하다.

이렇게 그냥 넘어가도 되는 것일까...
친구들한테 말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이 책은 초등용 문고판 도서이지만, 그림 또한 무시하지 못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주인공의 심리 묘사를 탁월하게 해 주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들도 책을 읽다가 그림에 많은 관심을 갖고 관찰(?)하는 걸 볼 수 있었다. 희한하게도 글은 일본 작가의 글인데 그림은 우리나라 작가가 그렸다. 

주인공이 몰래 교실에 들어가 꽃씨를 옮겨 심고 내려오는 학교의 계단,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다니던 그 계단이 얼마나 길고 무섭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그 계단을 통해 들려오는 합주 소리가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 상태에 얼마나 위협적으로 다가오는지가 그림과 글의 환상적인 조화로 잘 표현되어 있으며, 주인공이 친구와 싸우고 우는 모습을 자신이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들키고 난 후 그 여학생 앞에서 느끼는 부끄러움과 안도감 또한 그림과 글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눈물 자국이 아직 남아 있었나? 나는 조금 부끄러웠다. 고개를 살짝 들어 보았다. 미코의 발밑에 작은 무지개가 떠 있는 게 보였다. 그 무지개와 미코의 발 사이로 배추흰나비 한 마리가 나풀나풀 날아갔다. 어디에선가 꽃향기가 났다. 양호실 앞에 있는 연보랏빛 라일락 향기였다....'

이 책은 초등학교 1학년 남자 아이의 마음 속 심리 변화를 묘사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어른들이 흔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나쳐 버릴 수 있는, 그리고 어른들의 시각으로 단순하게 판단해 버릴 수 있는 아이의 마음 속에도 이렇게 다양한 심리 상태가 존재할 수 있고 또 나름대로의 고민과 걱정이 그 어린 마음 속에도 다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어른들이 읽어도 느낄 점이 많은 좋은 책인 것 같다.

말해 버릴까? - 10점
히비 시게키 지음, 김유대 그림, 양광숙 옮김/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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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책방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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